[시론/이순천]北로켓발사 제재-대화 병행을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결국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은 평화적인 우주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4월 초에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관계없이 발사 자체가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에 위반된다. 안보리는 오늘 새벽 긴급 소집됐다. 안보리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나 우리는 북한의 안보리 결의 무시행동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비핵화 위한 6자회담 유지를

북한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의 관심을 끌고 대미협상력을 높이고자 다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이런 벼랑끝 전술이 더는 통하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의 도발행위가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며 북한으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 여부에 따라 북한은 다음번에 제2의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안보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북한은 로켓 발사로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를 추가하여 6자회담을 형해화하고 미북 간의 직접대화로 핵문제를 일괄타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유용한 틀로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 로켓 발사 이후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6자회담 당사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마침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일본 중국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문제에 대한 굳건한 국제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한미일 공조와 함께 앞으로는 한-중-러 3자 협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또한 적절한 시점에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필요 시 대북특사 파견 등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그간 일관되게 제의한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 재개와 상생 및 공영 정책은 로켓 발사에 대한 조치와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북 간의 직접대화도 6자회담의 틀에서 이뤄질 수 있다. 굳건한 한미공조의 바탕 위에서 미북 대화가 이루어져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로서도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PSI 전면참여로 안보 지켜야

우리 정부는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인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PSI는 6자회담 당사국인 미-일-러를 포함해 94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협력체로서 확산을 차단한 여러 성공사례가 있고 참여국이 계속 늘었다. 특히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이 확산 차단에 참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 비추어 북한의 안보위협의 직접 당사국인 우리나라가 여기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셈이다.

PSI는 공해가 아닌 우리의 관할권이 미치는 영해-내수-영공에서만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행동하며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에서 안보 관련 의혹물자를 운송하지 않는 한 남북 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가 아니다. 우리는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안보이익을 지켜 나가야 한다.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은 국제사회의 책무이기에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더는 참여를 미룰 명분이 없다.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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