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인공위성’ 6가지 궁금증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김정일, 로켓발사 당일 전 과정 관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소재 불명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 전 과정을 확인한 뒤 로켓 개발 및 발사에 참여한 과학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의 왼쪽은 전병호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비서, 오른쪽은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당일의 김 위원장 행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 발사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김 위원장의 건재를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일, 로켓발사 당일 전 과정 관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소재 불명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 전 과정을 확인한 뒤 로켓 개발 및 발사에 참여한 과학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의 왼쪽은 전병호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비서, 오른쪽은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당일의 김 위원장 행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 발사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김 위원장의 건재를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2호’가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당국은 여전히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켓 사거리나 구체적인 탑재물도 확인된 것이 없다. 어려운 북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막대한 발사 비용을 조달한 경로도 궁금증을 자아내 고 있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정리해본다.》

[1] 3100㎞ 부근서 사라진 2, 3단 추진체… 각국 회수작전

[2] 성공했다면 사거리는

500㎏ 탄두 싣고

3000㎞ 비행 가능

[3] 왜 하와이 남쪽으로 쏠까

지구자전 힘 받아

속도 높일수 있어

[4] 北 “위성성공” 우기는데

아마추어 장비로도

주파수 확인 가능

[5]세종대왕함 활약은

美와 비슷한 시간 포착

1000㎞ 궤적 추적

[6] 5억달러 어디서 났나

무기수출로 1억달러

당 자금도 투입된듯

○ 2, 3단 추진체 어디로?

한미 정보당국은 추가 분석 중이라며 2, 3단 추진체의 분리 여부 및 낙하지점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2, 3단계 추진체는 북한이 예고한 3600km 지점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추가 분석에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2단계와 탑재물(Payload)을 포함한 3단계 추진체가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약 3100km 떨어진 태평양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로켓 발사 전 ‘위험지역’으로 통보한 태평양 인근 해상에서 미 이지스함들이 2, 3단계 추진체의 낙하지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최대 수천 m 깊이의 태평양 해저에 가라앉았을 경우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수심이 문제이지만 로켓 추진체가 온전하든 조각이든 북 로켓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분석 자료이므로 각국이 회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발사 성공했다면 사거리는?

전문가들은 북한 로켓의 연료와 무게가 베일에 가려 있어 정확한 사거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하 2호 같은 다단계 로켓의 경우 1단과 2단 로켓이 떨어진 거리를 통해 사거리를 추정할 수 있다. 위성과 레이더로 로켓의 궤적을 추적했다면 분리될 때의 각도도 알 수 있어 사거리는 물론 목표지점도 알아낼 수 있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켓 발사가 성공해 30kg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렸다고 가정한다면 500kg 정도의 탄두를 싣고 3000km 정도는 날아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최대 5억 달러(약 6700억 원) 규모 발사비용 어디서?

북한의 로켓 제조 및 발사 자금은 내각이 운영하는 일반적인 국민경제와는 별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 권력기관인 당과 군을 통해 운영하는 ‘수령경제’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를 상대로 재래식무기 및 미사일 발사 기술 등을 수출해 1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무력부 산하의 총참모부 제15국(기술총국)도 제2경제위원회를 도와 무기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선노동당이 38, 39호실을 통해 벌어들이는 ‘당 자금’도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 왜 하와이 남쪽으로 발사하나?

북한 로켓은 동남쪽인 태평양 방향으로 발사됐다. 대포동 1호 시험 발사 때와 마찬가지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은 “북한의 지리적 특성상 현재 방향 말고는 발사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로켓은 1, 2단 추진체 같은 낙하물이 떨어지더라도 위험이 작은 사막이나 공해를 향해 발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은 전통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서남북 방향으로는 발사할 수 없다. 동쪽으로 쏠 경우 지구 자전의 이점을 살릴 수도 있다. 로켓이 추진할 때 대기권이 움직이는 힘을 받아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인공위성 확인 가능한가

북한은 광명성 2호에 통신장비가 설치돼 있어서 104분 12초에 한 번꼴로 지구 주위를 돌며 UHF주파수인 470MHz를 통해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전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UHF는 아마추어무선통신사(HAM)들이 장거리 통신을 위해 즐겨 쓰는 주파수로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이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도달했다면 HAM 장비를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신호를 잡았다는 기관이나 HAM은 나타나지 않아 북한이 서너 시간 만에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한국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의 역할은

세종대왕함은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비행궤도를 정확히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과 2006년 대포동 1, 2호 미사일 발사 당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관련 첩보에 의존했지만 이번엔 세종대왕함의 능력으로 거의 같은 시간에 북 로켓 발사를 포착했다. 세종대왕함은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로 북한 로켓 발사 수분 뒤 동해상에 떨어뜨린 1단계 추진체를 포착했으며 이후 레이더 감시범위인 1000km 지점까지 로켓의 비행 궤적을 추적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건조된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최신예 SPY-ID(V)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능력에서 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jermes@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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