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업체 중 일부가 막대한 투자손실을 무릅쓰고 생산라인을 국내나 중국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정치적 문제로 조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개성공단의 매력이 크게 줄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국내 근로자보다 훨씬 낮아 투자 수익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 지난해 9월 산은경제연구소가 개성공단 입주업체 중 투자금액 30억 원 이상의 3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0개 업체 모두가 ‘임금이 싸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각종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개성공단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북측이 개성공단 출입통제 조치를 취했는데도 공단 내에서 가동 중인 기업이 올해 2월 말 기준 101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8곳이나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긍정적인 시각은 지난달 9∼20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기간에 북측이 통행자의 명단을 승인하는 데 사용해온 군 통신선을 끊은 데 이어 3월 말 북측 여성의 탈북을 종용했다는 이유로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특히 북측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한 모습을 지켜본 기업들로선 ‘정치적 리스크가 저임금이라는 메리트를 넘어선 국면’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 간 정치적 문제로 기업이 손실을 볼 경우 피해금액을 전액 보상받기 힘들다는 점도 일부 기업이 핵심 생산라인의 일부를 옮기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투자 손실을 볼 것에 대비해 수출입은행에 남북경협보험을 들고 있다. 이 보험은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거나 3개월 이상 사업이 중단될 때 50억 원 한도로 손실금액의 90%를 보상해 준다.
하지만 통행제한 같은 조치에 따른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일부 기업은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일부 라인을 이전하려 하지만 북측의 눈치가 보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실정이다. 전기전자제품을 만드는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일부 라인을 옮기면 사업 포기로 비쳐 북측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업체들이 이전 계획을 드러내놓고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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