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성공단 핵심 생산라인 첫 철수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반도체부품사, 조업차질에 남쪽 U턴

다른 업체들도 국내-중국 이전 추진

개성공단에서 반도체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북한의 잇단 출입통제 조치로 조업에 차질을 빚자 지난달 말 생산라인의 일부를 국내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시계제조업체 로만손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될 것에 대비해 중요 생산라인을 국내나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일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금융계에 따르면 공단 내에서 반도체부품을 만드는 A사는 북측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빌미로 3월 9일 군 통신선을 끊어 인력 통행이 사실상 차단된 직후 일부 부품 생산시설을 서울로 옮겼다. A사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통행금지 조치 때문에 납기 지연에 따른 손실이 커져 개성공단에 설치된 일부 금형(金型) 생산시설을 뜯어 서울로 이전했다”며 “개성공단과 한국, 중국에서 동시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 중 상당수가 이미 생산라인 이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일부 입주업체는 기존 생산물량을 크게 축소하거나 국내 및 중국 현지 공장으로 물량을 옮기고 있다. 반도체 금형을 만드는 B사는 “지난달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로 납품 지연을 우려한 발주업체들의 주문이 감소하는 바람에 생산물량을 종전보다 30∼40% 줄였다”고 밝혔다.

생산라인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개성공단 업체들은 공단 출입이 제한된 지난달 중순부터 철수 계획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만손은 지난해 12월 북측이 개성공단 상주 인력의 절반을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을 때부터 핵심 생산라인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중국에 별도 공장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로만손은 개성공단 시범입주업체 15곳 중 1곳으로 2006년 6월부터 2년간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다. 로만손 관계자는 “협력업체 7곳과 함께 협동 생산하는 체제라 단독으로 철수하기는 어렵지만 라인 이전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핵심 생산라인을 한국이나 중국으로 옮기는 사례가 확산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이 위축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 경협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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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닷컴 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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