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 의혹의 파도가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하던 7일 예상 밖의 ‘권양숙 여사의 3억 원 수수’ 사실이 불거져 나왔다. 이날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체포된 지 7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20분경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저의 집사람이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나섰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1] 왜 먼저 털어놨나?
정상문이 뒤집어써도 조사과정서 밝혀질 일…법률적 검토 마친 뒤 선수치고 나왔을 수도
[2] 빌린 돈? 그냥 받은 돈?
盧, 아무런 언급 안해… 문재인 “빌린 돈이다”
[3] 미처 갚지 못한 돈은?
2007년 재산공개때 집값대출 1억6400만원
[4] 盧, 3억 수수 알았나?
배우자의 금전관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워
○ 노 전 대통령, 왜 먼저 밝혔나?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중에 박 회장에게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그동안 검찰 내에서는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에게 건네졌지만, 정 전 비서관 자신이 다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노 전 대통령에게서 예상치 않은 반응이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이 체포되자 노 전 대통령은 3억 원의 종착점이 권 여사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나섰다. 자신과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막역한 고향 친구인 정 전 비서관이 이 혐의를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사과문을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 전 비서관이 자기 부부 때문에 누명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나아가 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뒤집어쓰려 하더라도 결국 검찰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일인 만큼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상의한 뒤 사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적인 검토까지 마쳤다는 얘기다.
○ 빌린 돈? 그냥 받은 돈?
박 회장의 돈 3억 원을 권 여사가 빌린 것인지, 아니면 갚을 생각 없이 무상으로 받은 돈인지는 불분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문 전 실장은 “빌린 돈이다”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 박 회장에게서 15억 원을 건네받을 때 차용증을 써줄 만큼 ‘빌린 돈’이라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아 놓았다. 따라서 재임 중에 권 여사가 3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았다는 데에는 뭔가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퇴임 후 빌린 15억 원과 이 돈이 관련이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재임 중에 받아 쓴 3억 원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나중에 이 돈을 포함해 15억 원의 차용증을 썼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 미처 갚지 못한 돈은 뭐?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박 회장에게서 3억 원을 받아 쓴 이유에 대해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처 갚지 못한 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2008년 4월 15일 재산공개 내용(2008년 2월 24일 기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재산은 9억7000여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채무는 노 전 대통령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4억6700만 원이 있었다.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하기 위한 사저 신축공사비였다.
이 시점에 권 여사 명의의 빚은 없었다. 그러나 2006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2007년 재산공개 때에는 권 여사에게 1억64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돼있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이 채무는 2008년 재산공개 때에는 나타나 있지 않아 그 사이에 갚은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 씨 부부의 미국 유학비용을 대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손을 벌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노 전 대통령, 3억 원 수수 알았나?
노 전 대통령이 당시에 3억 원이 오간 사실을 알았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노 전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이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배우자의 돈거래 관계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친구 사이인 정 전 비서관이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 전 실장은 “최근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3억 원 수수 사실을 알았다면 대가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박 회장이 사업상 이득을 목적으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전달했다면 정 전 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 전 비서관은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넨 뇌물전달죄, 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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