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달러 종착역 아버지인가 아들인가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입국장 빠져 나오는 노건호 씨 1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운데)가 공항경찰대원들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입국장 빠져 나오는 노건호 씨 1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운데)가 공항경찰대원들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檢 수차례 “아들은 참고인”

盧 前대통령이 ‘타깃’ 시사

건호씨 검찰에 출두 직전

전해철 前수석 집서 잔 듯

■ 노건호씨 수사 전망은

12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이날 밤 늦게까지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가족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노 씨를 비공개 소환했다고 밝혔다. 노 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진국 변호사가 간간이 입회해 조언을 했다. 김 변호사는 전날 밤 노 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도 마중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는 이날 취재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인천공항∼올림픽도로∼서울 강남 일대를 맴돌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R아파트에 도착해 이 아파트에 사는 전해철 전 민정수석비서관 집에서 잔 뒤 검찰에 출두한 것으로 보인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12일 브리핑에서 “노 씨는 참고인 신분”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노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즉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검찰 조사는 무엇보다 2008년 2월 22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송금 받는 과정에 노 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 씨의 역할에 따라 500만 달러의 실제 수혜자가 연 씨가 아닌 노 전 대통령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씨가 2007년 12월과 2008년 2월 두 차례나 베트남을 찾아가 박 회장을 만난 점, 노 전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500만 달러 제공의 ‘매개’ 역할을 한 점에 비춰볼 때 노 전 대통령과 500만 달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노 씨는 12일 검찰 조사에서 “500만 달러가 투자된 회사에 지분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도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노건호 씨와도 무관하다”는 종전의 주장을 거듭 밝혔다.

검찰은 500만 달러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노 씨가 2007년 중반에 미국의 한 벤처회사에 10만 달러를 투자한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노 씨가 창업이나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건네진 500만 달러를 연 씨가 실제로 외국 회사에 투자했더라도 투자 수익이 노 씨에게 돌아오는 구조였다면 5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 간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동영상 보러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