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31일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측근들은 상당 기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한 전 대표가 조직력을 필요로 하는 민주당의 후보 선출 방식(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50%씩 반영)으로는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정치인은 자신의 유·불리만을 따져 행동해서는 안 된다.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당을 떠나야 되겠느냐"고 경선 참여를 고수했다.
11일 당 경선에서 선거인단 득표율에서 크게 뒤진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 전 대표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 탈당 선언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13일 통화에서 "나도 사람인데 패배를 수용하고 시인하는 것이 쉽겠느냐"면서 "하지만 국회의원이란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에게 정치인의 정도(正道)와 승복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2년 당 대표 시절 내가 도입한 제도가 국민경선제인데 내가 불리하다고 해서 부정한다면 이겨도 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정치는 길게 바라봐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