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북의 어깃장'. 이진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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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해 6자회담 거부와 핵 개발 재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자'는 식의 배짱입니다. 자숙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오히려 전 세계를 향해 초강력 도발을 서슴지 않으니 이성을 잃은 집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제재 현실화 방안을 담은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이 자초한 것입니다. 2006년 북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했을 때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했지만 북의 6자회담 복귀를 이유로 실제 제재는 사실상 유보했습니다. 그런데도 북은 또다시 인공위성 로켓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의장성명은 이에 대한 일종의 응징입니다.
그러나 의장성명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함으로써 북의 태도에 따라서는 또다시 제재가 유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그런데도 북은 6자회담 거부를 선언해 이런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노라고 했습니다. 어깃장인지, 초 벼랑 끝 전술인지, 도무지 그 심보를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북은 지금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주민을 먹여 살릴 식량조차 없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입니다. 유엔은 전체 주민의 3분의 1인 870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 핵과 장거리 미사일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장거리 미사일 한번 발사에 드는 돈이면 1년에 부족한 식량 100만 톤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정일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요. 첫째는 정권 보위를 위한 일종의 방탄복 마련일 것입니다. 또 여차하면 이것을 다른 나라에 팔아 돈을 마련하거나, 국제사회를 위협해 필요한 것들을 뜯어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나라가 흉기를 가지려고 하니, 세계가 우려하는 것입니다.
북이 살 길은 국제사회와의 대결이 아니라 소통입니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왜 북한만 모르는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