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與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친이-친박 갈등에 신뢰 추락

1995년 설립된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여연)는 야당 시절 내내 당의 핵심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8명의 박사급 인력을 포함한 10여 명의 연구원이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내고 당에 비전과 진로를 제시했다. 또 각종 선거에서 정확한 여론조사로 선거 전략을 뒷받침해 왔다. 소장을 지낸 임태희 유승민 의원과 윤여준 박세일 전 의원 등은 당 대표의 핵심 측근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집권 이후 이 연구소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약해졌다. 여연이 만들어 내는 정책보고서는 이제 당의 주요 참고자료가 되지 못한다. 4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앞두고 여연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천심사 테이블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여연의 위상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친이(親李·친이명박) 친박(親朴·친박근혜)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친이 성향의 연구원 4명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여연은 ‘친박 소굴’”이라는 말이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친이계인 안경률 사무총장과 친박인 김성조 여연 소장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업무 추진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경북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때 여연의 여론조사는 당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친박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정수성 씨의 지지율이 정종복 전 의원보다 높게 나와 외부 기관에 재조사를 의뢰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후 비밀에 부쳐졌던 경주 여론조사 결과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고의적 유출’의 배후로 친박이 지목되기도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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