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유세 나선 정세균, 정동영과 어색한 조우
경주선 한나라 지도부-박사모 지원유세 대결
4·29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16일 여야 지도부는 첫 행선지로 자신들의 ‘텃밭’을 선택하고 각각 출정식을 갖는 등 열전(熱戰)에 돌입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친이(親李·친이명박) 직계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북 경주와 경제관료 출신인 박대동 후보가 출마한 울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무소속 연대가 현실화된 전북 전주로 내려가 무소속 바람을 막는 데 주력했다. 공식 선거전 첫날부터 여야 지도부가 이처럼 현장을 누비면서 선거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친노 386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정 대표 측 주류와 정 전 통일부 장관 측은 서로 “네가 친노”라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지도부 경주 울산 출동=박희태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울산 북에 출마한 박대동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했다. 박 대표는 “울산 오토밸리에 길을 내고 현대자동차 하청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데 힘 있는 여당 후보가 아니면 해낼 수 없다”며 여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있다가 선거에 나선 박 후보는 “저는 정치의 왕초보지만 경제는 거의 프로”라며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정식을 마친 뒤 박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바로 경주로 이동해 경주역 앞에서 거리유세를 했다. 박 대표는 “힘 있는 여당과 대통령이 뒤를 받쳐 주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이날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성 후보가 경주의 미래를 이끌어줄 적임자임을 확신한다”며 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경주를 방문해 경주 선거가 한나라당 계파 간 싸움터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친이, 친박 뽑아봐야 친이의 한 사람일 뿐이거나 친박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이채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울산 북에 각각 출마한 김창현, 조승수 후보 간의 단일화 문제를 21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주류 측의 맹공에 맞서 정 전 장관은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명박 정부의 방향을 바꾸려면 제1야당이 강하고 야당 구실을 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할 선거를 ‘정동영 죽이기’ 선거로 만든 민주당이야말로 바뀌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정 전 장관은 이날 밤 같은 시간에 인후동 모래내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하다가 어색하게 조우하기도 했다. 양측은 경쟁적으로 마이크 볼륨을 높이고 선거 차량이 쉽게 이동할 수 없도록 서로 길을 막아서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세균-정동영 측 서로 “네가 친노”=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 전 원장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주가 친노 386의 셋방이 되는 일을 막아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을 덕진 공천에서 배제시킨 민주당 주류를 ‘친노 386’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왕도(王都) 전주가 친노 386의 손바닥에 들어가서야 되겠느냐”며 “친노 386은 자기 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 전 장관을 공천에서 배제해 덕진을 망치더니 완산갑에도 같은 색깔 인사를 밀어붙였다”고 민주당 후보인 이광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정 전 장관 측 관계자도 “정 대표가 친노 386에 둘러싸여 공천을 잘못했다”며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를 털고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호남이 무소속 연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주류 측은 “‘원조 친노’는 정동영”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정 전 장관의 별명이 ‘참여정부 황태자’였다는 점을 잊었느냐”며 “2003년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친노 정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선 것도 정 전 장관이었다”고 주장했다. 완산갑 후보인 이 전 의원은 친노계로 분류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 중 친노 386은 안희정 최고위원 한 명밖에 없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전주=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경주·울산=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경주 0.2%P - 부평을 0.6%P 초박빙 승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자체 조사도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 여의도연구소에서 조사해보니 초(超)박빙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몇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이 지역에 출마해 낙선한 뒤 계속 표밭을 다져온 홍 후보와 전략공천 후보로 이름을 알린 지 한 달이 채 안된 이 후보의 인지도 차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자동차과장과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이 후보가 이 지역의 최대 현안인 GM대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 후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한나라당이 지원한 후보를 이긴 사실에 고무돼 있다. MB 실정(失政)을 심판하겠다는 전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로 희석됐지만 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높다면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여여(與與)’ 대결이 치러질 경북 경주도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15일 조사 결과 무소속 정 후보 33.3%, 한나라당 정 후보 33.1%였다. 울산 북구도 접전이다. 울산MBC와 경상일보의 13∼14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19.0%,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17.8%로 나타났다. 민노당 김창현 후보는 13.6%여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이룬다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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