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잘 몰라 ‘출마 불발’…브리핑룸 없어 ‘회견 연기’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 4·29 재보선 백태

‘거물’ 사진실은 홍보물

곳곳서 “불법선거” 시비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유세 과정에서 해프닝성 백태(百態)를 보이고 있다.

경북 경주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 측은 최근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을 각종 홍보물에 사용한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제지해 달라”는 의견을 중앙당에 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인 만큼 무소속 후보가 선거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이에 관해 질의를 받은 경주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사자(박 전 대표)가 사진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 완산갑에 출마한 무소속 김형욱 후보는 인접한 전주 덕진의 무소속 후보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사진이 들어간 어깨띠와 명함을 쓰고 있다. 하지만 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과 연대하고 있는 정 전 장관 측은 “초상권 침해로 즉각 수거해 폐기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인천 부평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GM대우 부천 경제 살리기를 실현할 수 있는 힘과 인맥, 경험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부평과 부천을 헷갈릴 정도로 아무 준비 없이 나선 낙하산 후보가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 후보 측은 “새로 고용한 직원이 문서를 받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전주 덕진 예비 후보자였던 임수진 전 진안군수는 15일 오후 2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해 출마를 포기했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 등록 시작 하루 전인 13일까지 당적을 정리해야 하는데 미처 이 규정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전주 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 전 국정원장은 당초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 오후 2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마 선언을 하려다 같은 시간을 예약해 놓았던 한나라당 후보의 기자회견과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후보 등록을 마친 뒤인 16일 오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경주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 이순자 후보는 별다른 공약을 내놓지 않은 채 “가슴이 찢어집니다. 김일윤에게 명예를…”이란 글귀가 적혀 있는 플래카드로 동정론에 호소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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