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 청해부대 헬기 뜨자 납치포기 줄행랑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임무 개시후 첫 해적 퇴치

“해적선에 쫓기고 있다.”

17일 오후 2시 25분(한국 시간) 예멘 남해상에서 한국 선원들이 승선한 바하마 국적 상선 파인갤럭시호(1만2000t)를 호송하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 다급한 무선교신이 포착됐다. 인근 해상을 지나던 덴마크 상선 퓨마호(2120t)의 구조 요청이었다. 문무대왕함은 “링스(LYNX) 헬기를 곧 보낼 테니 안심하라. 해적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최대 속력으로 항해하라”고 답신했다.

합참에 따르면 당시 문무대왕함은 퓨마호에서 63km 떨어져 있었고, 해적들이 탄 모터보트는 퓨마호에 6.4km까지 접근해 있었다고 한다. 최대 속도가 30노트(시속 약 55km) 이상인 모터보트의 속도를 감안하면 10여 분 안에 납치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문무대왕함은 즉각 연합해군사령부에 해적 출몰 상황을 통보한 뒤 오후 2시 반 저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2명을 태운 링스 헬기를 급파했다. 링스 헬기는 전 속력으로 비행해 출동 17분 만인 오후 2시 47분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AK-47 소총 등으로 무장한 해적 5명은 모터보트를 퓨마호에 최대한 접근시킨 뒤 납치하려 승선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링스 헬기가 퓨마호 상공에서 위협비행을 하면서 K-6 중기관총 등으로 경고사격 태세에 돌입하자 해적들은 승선을 포기하고 급히 모터보트에 올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링스 헬기는 도주하는 해적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인근 해상에 대기한 해적 10여 명이 탄 모선(母船)을 발견하고 퇴치 활동을 계속했다. 연합해군사령부 소속 미 해군 게티스버그함에서 출동한 SH-60 시호크 헬기도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우리 링스 헬기와 연합작전을 벌였다.

이후 링스 헬기는 해적들이 퓨마호에서 20km 이상 도주한 것을 확인한 뒤 오후 3시 48분 문무대왕함으로 복귀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16일부터 한국 선박 및 선원 보호임무를 시작한 청해부대가 임무 개시 하루 만에 외국 상선을 납치하려는 해적선과 해적들을 퇴치한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첫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청해부대 장병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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