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해 무기수출로만 1억 달러 벌어들여
북한이 우리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미국이 만든 북한 압살도구’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한 무기 판매 루트가 막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PSI라는 것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을 제재하고 압살하기 위해 조작해 낸 침략도구”라고 규정했다. 담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정부는) WMD니 뭐니 하는 당치않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외세와 야합해 우리(북)의 위성발사를 한사코 방해하면서 동족에 대한 모해와 대결책동에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PSI는 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북한을 고사(枯死)시키려는 음모라는 것은 북한의 일방적인 선전전에 불과하다. 오히려 북한의 주장은 ‘앞으로도 WMD를 확산시킬 테니 괜히 끼어들지 말라’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북한의 반발은 무기 판매 루트를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에만 무기 수출로 1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기 판매를 통한 수입은 북한의 군비 확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PSI 가입국 수가 늘어나 무기 판매 수입이 감소하면 북한 체제 유지에도 막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런 파장을 감안해 남측의 PSI 가입을 막는 데 혈안이 됐다. 북한은 우리 외교부가 PSI 전면참여 발표시점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하지 못한 빈틈을 파고들었다. 우리 정부가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전면참여를 발표하려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주말 발표로 선회하자 16일 남북 당국 간 접촉 제의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고심 끝에 PSI 전면참여 발표를 한 차례 더 연기하게 됐다. 북한이 의도한 대로 우리의 PSI 전면참여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PSI의 본질과 상관없이 논란이 계속 증폭되는 방향으로 일이 꼬이게 된 것이 안타깝다”며 “PSI 발표 일정을 알려줬던 관련국들에 사정변화를 설명하자 이들 국가도 우리 사정을 이해한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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