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해 들어서만 20여차례 대남 위협… 도발 명분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8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침과 관련해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km 안팎에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지난달 9일 조선중앙TV에 나와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 기간에 남북군사 통신을 차단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침과 관련해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km 안팎에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지난달 9일 조선중앙TV에 나와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 기간에 남북군사 통신을 차단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군사분계선 北장사정포 340문 ‘수도권 사정권’
軍, 내달 꽃게철 앞두고 서해 NLL 등 경계태세

북한 군부가 18일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빌미로 서울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언급한 것은 일단 군사적 긴장을 높여 한국의 PSI 참여를 막아보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위협이 당장 군사적 도발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 대상으로 서울이 직접 거론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한국 정부와 미국 일본을 각각 ‘이명박 역적 패당’ ‘미일 침략자’로 지칭하는가 하면 “애초부터 6자회담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지금까지의 평화 정착 노력을 모두 부정하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 북한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절정에 이른 북한의 협박=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해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군 총참모부와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각종 기관과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언론 매체가 총동원돼 올들어 20여 차례나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압박했다. 특히 최근엔 우리 정부가 PSI 전면참여 움직임을 보이자 “PSI 전면참여는 선전포고” “전쟁 줄타기 놀음”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군이 직접 나선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2004년 9월과 2006년 10월, 지난해 3월에도 각각 “일본 땅을 핵전쟁의 불바다로 만드는 도화선”, “도쿄도 뉴욕도 불바다가 된다”,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 등 협박을 했지만 서울을 거론하지는 않았었다. 한편 노동신문은 19일 논평에서 “평화적 위성발사까지 문제시하며 도전하는 적대세력들의 가증된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 부득불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핵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위협의 현실성은?=북측이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50km 안팎에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자신들의 장사정포 전력을 상기시켜 심리적 위협을 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사거리 54km의 170mm 자주포와 사거리 60km의 240mm 방사포를 군사분계선 일원에 밀집 배치하고 있다. 1000여 문의 장사정포 중 수도권을 직접 겨냥한 340여 문이 동시에 발사되면 시간당 2만5000여 발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70mm 자주포는 로켓추진 고폭탄을 사용하면 경기 안양시까지 공격대상에 포함되고 240mm 방사포는 한 번에 22개의 소형포탄을 경기 군포시까지 날려 축구장 1개 반 정도의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다. 또 북한이 화학무기 등을 포탄에 장착할 경우 그 위협은 더욱 커진다. 반면 동굴 안에 숨어 있는 장사정포가 발사를 위해 동굴 밖으로 나오는 데 15분 정도 걸리고 240mm 방사포는 1회 발사 후 재장전에 20여 분이나 필요해 한미 연합군의 대응사격으로 사실상 2차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수도권 등을 겨냥해 포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1∼3월 매달 한 차례 포사격 훈련을 참관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지역으로 다음 달부터 꽃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서해상이 꼽힌다. 북한은 1999년과 2002년에도 서해상에서 도발한 선례가 있다. 군 당국은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당시부터 도발에 대비해 오고 있어 대비태세 수준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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