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에 ‘盧수사 풍향’ 주의보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8분


한나라 “檢서 혐의 입증 못할땐 역풍” 경계

민주 “정권 심판론 묻혀… 당지지도 큰 타격”

“투표일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안 되는데….”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이 가까워지면서 4·29 재·보선도 검찰 수사의 영향권에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민주당에 악재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한나라당 또한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한나라당이 ‘전직 대통령 처벌’이라는 호재에도 마음을 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은 재·보선 투표일을 전후해 검찰에 불려나갈 공산이 크다.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이 선거일 이전에 잡히면 선거 이슈는 묻힐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과 여당의 ‘경제 살리기론’을 모두 집어삼킬 메가톤급 화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일단 여당에 이롭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선거전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자칫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뚜렷하게 입증되지 못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순식간에 판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게 여권의 고민인 듯하다.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구속된다고 해도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핵심 당직자는 “노 전 대통령이 투표일 전에 구속되면 ‘너무한다’는 동정론이 나와 선거 결과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자칫 좌파 진영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여당에 ‘양날의 칼’인 셈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게이트’로 비화한 검찰 수사가 당 지지도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16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2.7%포인트 하락한 14.2%, 한나라당 지지율은 4.1%포인트 오른 34.7%였던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는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재·보선 날짜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민주당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클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거듭되는 부인과 반박, ‘한판 해보자’는 태도가 민주당을 끝까지 고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옛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 옛 민주당이 통합한 민주당에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이후 검찰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18일 인천 부평을 지원 유세에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10억 원 수수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 원을 천 회장이 대납했다는 의혹,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기획 출국설 등 3대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주장했다. 정 대표는 “과거의 권력이든 현재의 권력이든 법의 잣대는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한나라당에도, 민주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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