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인정 안한다…오바마 행정부 방침 확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IAEA 주관 국제 에너지장관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어느 국가를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으로 받아들이는 걸 원하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는 게 DPA통신의 보도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에 8개 국가만 거명되던 핵능력 국가(nuclear power)의 범주에 북한을 포함시켰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에선 “발언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설령 사실이라 해도 임기(올 11월)가 끝나가는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협상의 시급성을 강조하려다 오버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IAEA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되돌리기 위해 시급히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최근 들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수준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판단이나 평가가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건 사실이지만 실제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는 누구도 확인한 바 없다는 것. 실제 엘바라데이 총장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기 전에 빨리 해결책을 찾자”고 말해 그 역시 특별한 정보에 근거해 말하는 게 아님을 드러냈다.
사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최근 정책권고안 작성을 위해 미 행정부 담당자들과 긴밀히 협의해온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한국학센터 부소장은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음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 정보기관과 국방부 산하 기관 일부 보고서 등에서 북한을 ‘nuclear power’로 표현한 것을 놓고 한국 내 일각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했지만 이는 실제 행정부 내 기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란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당시 보고서 등은 핵보유국 관련 수사(修辭)의 정치·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할 위치에 있지 않은 현업부서 실무자들이 사실관계를 그저 기술한 수준이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공식 핵보유국(nuclear club)이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로 간주되고 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집트 출신으로 2005년 3선에 도전했을 때 미국이 완강히 반대하다가 그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난 뒤에야 반대를 누그러뜨린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