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北 오락가락 전술, 오락가락 대응은 안돼

  • 입력 2009년 4월 23일 17시 07분


◆북한의 개성공단 오락가락 전술

(박제균 앵커)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한 위협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요구하는 '양면 전술'을 펴고 있습니다. 북한은 21일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기업들의 특혜와 기존 계약들을 재검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대표단에게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재촉했다고 합니다.

(김현수 앵커) 도대체 그 속내는 무엇이고 앞으로 개성공단과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치부 신석호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기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당국간 접촉이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렸는데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해 주시지요.

(신석호 기자) 남북 당국은 21일 오후 8시 35분부터 57분까지 22분 동안 개성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건물에서 접촉을 가졌습니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들에게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남측에 요구했습니다.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즉 PSI 전면 가입 방침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편으로는 "다음 접촉 날짜를 확정해 달라. 이번 주에라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우리 측 대표단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하는 동안에도 연락을 해 "가능한 한 답을 빨리 줬으면 좋겠다. 내일 중에라도 언제 다시 만날 것인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22일에는 휴전선에서 억지 주장을 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겉과 속이 다른 양면 전술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북한의 특기인데요, 최근에는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까.

(신) 북한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차단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미국의 관심을 끄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져왔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북한이 강온 양면 전술로 돌아선 데는 북한 지도부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대남 압박 공세로 한국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누그러뜨리려던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해빙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고 예고한 2012년은 앞으로 3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경제위기는 여전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계속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남한과의 거리를 더 벌리자는 의견과 대화 무드를 조성하자는 견해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개성공단과 남북관계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신) 북한은 당분간 양면 전술을 유지하면서 남한에 대한 위협과 대화 제의를 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당국간 협상 공간을 이용해 남한에 대북정책의 수정과 쌀과 비료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협상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측 사람들은 '북한이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북한이 남측 사람들을 스스로 걸어 나가게 한 뒤 다른 투자자들을 유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 앵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어떤 반응이고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나요.

(신) 직접 당사자인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정부 출범 1년 2개월 만에 시작된 남북 당국간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돼 기업 활동의 정치적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북한 근로자 임금과 토지사용료 등이 대폭 인상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자체 브랜드와 판로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이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들어줄 수 있는 것과 들어주는 대신 우리가 요구할 것 등을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PSI 전면 참여는 이 문제와 별도라고 주장해 왔지만 북측과의 대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이달 15일 PSI 전면 발표를 예고했다가 남북 접촉을 이유로 19일로 미뤘다가 다시 기한을 정하지 않고 연기하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박 앵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에서 제 멋대로 하는 걸 비난하기에 앞서, PSI 결정도 제대로 못 내리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우습게 보인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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