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대통령, 곽승준에 “자중하라” 질타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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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저기 다 나서서 혼란 일으키나”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사진)이 28일과 29일 잇달아 이명박 대통령의 꾸중을 들었다. 여권 내 조율 없이 설익은 교육개혁안을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곽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를 지켜만 보고 있던 이 대통령은 28일 오후 곽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세련되지 못한 정책 추진 탓에 정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비판거리만 제공했다는 이유를 들어 곽 위원장에게 “자중하라”고 ‘주의’를 줬다. 곽 위원장은 예정돼 있던 언론 인터뷰를 모두 취소했다. 그러고는 “더는 언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곽 위원장을 강도 높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을 향해 “왜 여기저기 다 나서서 혼란을 일으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식 세계화 업무를 미래기획위원회가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식세계화를 왜 미래기획위원회가 맡아서 하느냐. 곽 위원장에게 그 일에서 손을 떼라고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곽 위원장을 꾸짖는 수위가 너무 높아 참석한 수석비서관들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곽 위원장 질타를 두고 일부 참모들은 곽 위원장이 대통령의 ‘의중’도 모르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고는 크게 꾸짖지 않는다.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는 증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곽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혼은 났지만 교육개혁은 곽 위원장이 언급한 방향대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29일 밤 곽 위원장과 만나 교육개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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