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간 노선갈등 예고
민주당이 5월부터 ‘뉴민주당 플랜’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어서 당의 노선을 놓고 그동안 잠복해 있던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4·29 재·보선이 끝난 후인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5월은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과 당원들의 논의가 진전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민주당 플랜은 대선 패배 후 당내에 퍼진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낮은 지지율을 돌파하기 위한 정 대표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의 잇단 입법 전쟁과 4·29 재·보선 일정 등으로 계속 미뤄뒀던 사안이다.
이 플랜의 핵심은 경제 노선을 어떤 방향으로 잡느냐에 있다. 작업을 주도한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 뉴민주당 플랜의 슬로건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번영’을 보고했다. 낡은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의 이념적 노선은 ‘새로운 진보’로 정하려 했으나 옛 민주당계를 중심으로 ‘진보’라는 용어에 염증을 내고 있어 대안으로 ‘새로운 중도개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전보다 성장을 강조한 경제 노선의 ‘우향우’가 플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한나라당=성장, 민주당=분배’인 현재 구도는 필패 구도”라며 “온정적이지만 무능한 민주화 세력이 아니라 성장과 기회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내 반발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플랜이 ‘민주평화개혁세력’이라는 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다소 동떨어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플랜에 부동산 정책 등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져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출신의 한 최고위원은 “그런 노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열린우리당 때인 2005년 당내에서 불거진 이른바 ‘난닝구(보수)’ vs ‘빽바지(진보)’ 노선 투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