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모임 ‘민본21’ 조기 전대-지도부 교체 요구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당 쇄신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의 조직과 운영의 틀을 바꿔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겠다는 것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당규에 의하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러닝메이트로 뽑게 돼 있는데 (두 자리가) 상하관계도 아니고 정책위의 중요성도 커진 만큼 당규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희태 대표는 “민주당도 원래 우리 식으로 갔다가 정책위의장은 대표가 지명한다”며 정 최고의원의 발언에 동조했다. 당 대표가 직접 정책위의장을 임명해 당 대표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당-정-청 간 불협화음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내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국민에게는 ‘속도전’으로 비친 측면이 있었고, 그 결과 재·보선 참패로 이어졌다”며 “당헌·당규를 고쳐 당 체제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의 당헌·당규는 야당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여당에 맞게 개정돼야 하며 당의 운영방식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조만간 쇄신특위를 구성할 방침이어서 특위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 쇄신을 요구해온 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14명의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쇄신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지도체제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시점에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자”고 말했다. 민본21의 공동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현재 당 내에는 ‘현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한다’는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돼 있다”며 “그렇다고 당장 지도부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아니며 현 지도부의 사퇴 여부와 전당대회 개최 시점은 특위가 전권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조기전당 대회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특히 친이(친이명박) 진영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이 친박(친박근혜) 간 갈등이 노골화되면 정부의 각종 개혁과제를 처리하는 것은 물 건너갈 수 있다”며 반대했다.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희태 대표를 만나 ‘당과 국정운영에 대한 쇄신 요구안’을 전달했다. 박 대표는 “좋은 의견을 내줘서 고맙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특위를 구성해 전권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 차원 쇄신방안과 함께 국정운영 쇄신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