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생성-소멸 과정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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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재보선 완패후 黨-靑 ‘당화합 다목적 카드’ 공론화

소멸- 박근혜와 사전 조율없어… 하루만에 물거품 ‘망신’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논란은 여권의 복잡한 속사정을 여실히 보여 줬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5 대 0으로 참패해 곤경에 처한 박희태 대표는 다음 날 김효재 비서실장과 최구식 의원 등 측근들과 함께 자신과 당의 진로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가 찾은 해법은 ‘화합’과 ‘쇄신’이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와 화합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다음 날 청와대 정무라인과도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후 일부 의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친이(친이명박)계는 대체로 부정적이지 않았다. 친이계 일부 의원은 지난해 말 이후 몇 차례 김무성 원내대표 혹은 정무장관 카드를 주장한 바 있다. 친박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는 데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 여건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묘책(妙策)’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박 대표가 만난 의원 중에는 이상득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경북 경주 재선거 공천 문제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이 의원도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가 김무성 의원과도 직접 만나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추대설과 관련해 언론에 명확한 태도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김 의원 측과 사전에 아무런 조율도 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김무성 카드’를 제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사석에서 “당 지도부가 제시한 화합책을 거부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상처를 입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정작 박 전 대표와는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 화합 차원에서 서열 2위인 원내대표 자리를 넘겨주는데 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심 판단한 듯하다. 청와대 정무라인도 이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 측과 직접 소통했다는 얘기는 없다.

아무튼 박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김무성 카드를 관철시키기로 결심하고 5일 언론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이 대통령과 단독 회동해 ‘추인’까지 받았지만 하루 만에 박 전 대표의 반대에 부닥친 우스운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러나 김무성 카드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당에서 풀어갈 문제”라면서도 “지금은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박 전 대표가 ‘반대’ 의견을 밝힌 게 아니라는 말도 있다”면서 “경선을 통해 원내대표를 선출하도록 한 당헌 당규에 대한 원론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보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