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지도부 아닌 靑이 문제”
전당대회 조기 개최를 통한 지도부 교체 여부가 한나라당 쇄신 작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들도 박근혜 전 대표의 전대 참여를 요구하고 나서 당 정상화를 둘러싼 계파 간 이해관계가 한층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1일 친이계 의원들로 구성된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내놓은 쇄신 해법은 ‘박 전 대표가 참여하는 조기 전대 개최’로 요약된다. 심재철 공동대표가 “모든 사람들이 이권을 버리고 당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현 지도부 문책은 물론 후선에 있는 각 계파 수장(首長)들이 전면에 나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은 박 전 대표의 지도부 복귀다. 친이계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무산된 만큼 당 화합과 정상화를 위해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에게 국정과 당무에서 협조와 공동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 카드’는 ‘민본21’ 등 비주류 소장파 등에서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에 친이 직계가 대거 포함된 당내 최대 계파에서 본격 논의됨에 따라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법 중 하나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본인의 ‘정치 스케줄’에 비춰 볼 때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차기 대권을 보장받지도 못한 채 책임만 떠안을 수 있는 제안을 덜컥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조기 전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비 오는 날 개구리가 뛰는 격”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지도부 교체가 아니라 청와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친이계와 소장 개혁파를 중심으로 이 같은 논의가 더욱 확산되면 박 전 대표가 뒷짐만 지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친박 내부에서도 “무조건 발을 빼려고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기회에 지도부를 접수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이날 당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원희룡 의원도 “박 전 대표를 따르는 많은 의원들에게 특위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며 친박 의원들을 전면으로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조기 전대든 어떤 주제든 논의에서 배제할 필요가 없지만 특정한 전제나 정치 일정에 따른 의도는 배제하겠다”며 “전당대회는 쇄신특위 활동과 결과에 따라 백지 상태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해 최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