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퍼드 목장에 초대받은 한국 대통령은 없다. 한미 관계가 ‘공개적인 이혼만 하지 않은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됐던 2005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다. 그러나 청와대 일부 참모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어디서 어떤 격(格)으로 만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초청되자 한미관계 복원으로 해석됐다. 두 정상은 별장에서 골프 카트를 함께 타고 다니며 우의를 다졌다.
▷정상 간의 개인적 호감과 신뢰는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나라나 외국 정상들을 극진히 환대하는 것도 그래서다.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방일(訪日)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숙소를 휴양지 하코네의 전통여관으로 정하고 잠자리까지 직접 챙겨주는 성의를 보였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우나’를 함께한 것도 독특한 경우에 해당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바냐’로 불리는 사우나가 최상의 국빈 접대로 통한다.
▷한국에 온 외국 정상에 대한 최상급 환대는 청와대 국빈만찬이다. 하지만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전통 공연을 관람하고 생일상까지 받자 크게 감동했다. 대통령 별장도 없는 한국에서 외국 정상에 대한 ‘이벤트성 환대’는 경호와 의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별장은 4곳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청남대마저 2003년 일반에 개방됐다. 청남대의 대통령 별장 복원을 포함해 외국 정상에게 최상의 한국적 감동을 선사할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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