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 전략물자 관리 부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감사원 “컴퓨터 270대 무단 반출”

통일부가 북한으로 가는 물품의 반출 승인 업무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고 감사원이 13일 지적했다. 정부의 대북 물품 반출 승인은 대량살상무기(WMD)의 제조와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북한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를 관리하는 통일부의 기준과 절차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5∼2008년 대북 물품 반출 반입 관리업무를 감사한 결과 통일부는 첨단 소재인 전도성고분자, 내방사선 컬러카메라 등 4개 품목이 전략물자에 해당되는지 검토하지 않고 반출을 승인했다. 또 통일부는 지난해 흑색화약 등 3개 물품이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반출된 사실을 몰랐다. 1년 이내에 다시 가져와야 하는 조건(재반입 조건)으로 반출할 수 있는 품목인 컴퓨터 270대도 통일부 승인 없이 북한으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일부는 승인을 받고 북한으로 가져간 컴퓨터를 규정대로 한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방북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반출된 컴퓨터의 재반입 여부는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이 중 상당수는 세관신고 절차도 없이 개인 휴대품으로 북한으로 나갔다. 감사원은 “지난해 반출 승인을 해달라고 접수된 3만5253건 중 승인이 안 된 것은 22건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서류심사 과정에서 통일부의 승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관세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 업무를 맡았던 직원을 징계하고 해당 업체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관세청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전도성고분자 등 4개 물품은 전략물자관리원 판정 결과 전략물자가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됐다”며 “전략물자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한 판정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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