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치켜세우며 단합과시 오래간만에 의기투합
요즘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좋다고 한다.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서로를 치켜세우며 오래간만에 ‘의기투합’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업무의 중첩성, 상반된 정치적 이해관계, 경쟁심리 등의 이유로 수석들 간에 보이지 않는 긴장과 갈등이 늘 존재했던 청와대의 이전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들은 갑자기 왜 뭉치고 있는 걸까. 청와대 주변에서 6, 7월 청와대 개편설이 나오고 한나라당에서는 수석비서관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대대적인 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방어전선’ 구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변인을 포함해 9명의 수석 가운데 한둘이 교체 대상으로 포함되면 나머지 사람도 순차적으로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2기 청와대 비서진의 임기가 6월이면 1년이 돼 대폭 교체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을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한나라당의 청와대 개편 주장에 대해 수석들이 모두 격앙돼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 회의 때 수석들이 청와대 개편을 얘기하는 쪽의 주장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14일 회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한다. 수석 가운데 상당수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들을 질타했다’는 내용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최근 한나라당내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청와대 쇄신론’을 증폭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최근 수석들 사이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쳐오면 내부가 단합하는,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석들 사이에 상대방에 대한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후한 듯하다. “능력 있고, 성실하고 그 어떤 사람을 데려다 놔도 OOO 수석만큼은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곧잘 수석들 입에서 나온다. 하지만 수석들을 제외한 내부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노력은 엄청나게 하는데 성과가 없다” “그런 수석이 청와대에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대통령을 모시는 건지 다른 사람을 모시는 건지 분간을 못하는 것 같다” “청와대를 떠날 티켓을 이미 받은 사람이 있지 않느냐”는 말들이 수석을 평가할 때 자주 나오고 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자신의 ‘밥줄’이 아니라 국정운영을 위해 수석들이 지금처럼 힘을 모아 의기투합한다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