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 강펀치 무장한 ‘해상요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한국 해군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이 강원 동해시 해군 1함대사령부 내 부두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세종대왕함은 내년 1월 실전 배치된다. 사진 제공 해군
한국 해군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이 강원 동해시 해군 1함대사령부 내 부두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세종대왕함은 내년 1월 실전 배치된다. 사진 제공 해군
첫 공개 세종대왕함 둘러보니
14일 낮 강원 동해시 해군 1함대사령부 내 부두.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이 함미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한 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길이 166m, 폭 21m에 달하는 선체는 다른 함정들을 압도하며 거대한 해상요새처럼 보였다.
해군은 이날 처음으로 세종대왕함을 일반에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취역한 뒤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을 완벽히 추적 탐지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날 개최된 함상토론회를 계기로 공개 행사를 가졌다.
해군 안내로 살펴 본 세종대왕함은 최신예 이지스함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함정에 오르자 먼저 함교 4개면에 설치된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 SPY-1D(V)가 눈에 띄었다. 이 레이더는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실시간으로 포착 추적한 ‘주인공’이다. 최대 1000km 밖의 목표물 1000여 개를 동시에 탐지 추적해 이 중 20여 개를 공격할 수 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도 이날 토론회에서 “세종대왕함이 북한이 발사한 로켓 궤적을 가장 먼저 탐지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왔다”고 밝혔다.
함수와 함미에는 대공, 대함, 크루즈미사일 등이 탑재되는 총 128대의 미사일 수직발사대(VLS)가 설치돼 있었다. 이 발사대는 1.2초당 미사일 1발을 발사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세종대왕함이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30여 대 더 많은 미사일 발사대를 갖춰 ‘강력한 펀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 내부는 크고 작은 배관과 전선, 밸브로 가득한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승조원들의 침실과 식당, 의무실 등이 격실 형태로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갓 취역한 최신예 함정에 걸맞게 대형액정화면(LCD) TV와 드럼세탁기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함장 등 지휘관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함교에는 이지스함의 모든 전투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기능 콘솔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작동하는 전자해도 등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해군은 첨단탐지장비와 컴퓨터 등이 설치된 세종대왕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정보상황실(CIC)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함장인 김덕기 대령(해사 38기)은 “세종대왕함이 북한 장거리 로켓을 완벽히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함정 성능과 모든 승조원들의 철저한 훈련, 강한 자신감이 빚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로켓 발사 당시 월드컵대회에서 2 대 2 무승부를 이룬 뒤 마지막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와 같은 심정이었다”며 “내년 1월 세종대왕함이 완벽한 전투능력을 갖추고 실전 배치되면 영해 수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8년과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대포동 1, 2호 발사 당시 한국군은 독자적인 미사일 감시 능력이 없어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 등이 수집한 첩보에 의존해야 했다. 해군은 내년에 이지스 2번함 율곡이이함을, 2012년엔 3번함 권율함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동해=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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