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원은… 18대 64명 리더십 분석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黨이란 주식회사의 4년 계약직 샐러리맨

동아일보-연세대 황상민 교수 조사

‘맡은 일 묵묵히’ 총무형 43.8%

영업형 23.4%… 홍보형 12.5%

‘주식회사 국회의 4년 계약직 임원.’

동아일보가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와 함께 18대 국회의원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조사,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들은 대주주와 사장(계파 수장이나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의 의중을 헤아려 일을 하고 고객(국민)의 반응도 살펴야 하는 기업의 임원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18대 국회에서 주요 직책과 당직을 맡은 의원 101명을 대상으로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됐다. 이 가운데 64명이 조사에 응했다.

황 교수는 의원들을 당과 국회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보고 이들의 정치 리더십을 △총무임원형 △영업임원형 △홍보임원형 △기획실장형 △대주주형 △괴짜형으로 구분했다.

이 중 가장 흔한 스타일은 ‘총무형’으로 나타났다. 64명의 의원 중 43.8%인 28명이 ‘총무형’에 해당됐다. 총무형 정치인은 충직한 참모 스타일로 상사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반면 처신에 능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어 어떻게든 업적을 만들어 내려는 ‘영업형’이 23.4%인 15명이었다. 영업형 정치인은 성과를 위해 큰 목소리를 내거나 과감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타입이다. 국회 운영전략을 진두지휘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영업형이고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총무형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능숙한 ‘홍보형’은 12.5%인 8명이었다. 이어 현실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기획형’(10.9%·7명), 지지세력을 모으려 하고 고집이 있는 ‘주주형’(9.4%·6명) 등의 순이었다.

주어진 임무가 ‘제1의 가치’인 총무형과 영업형 정치인이 많을 경우 여야 간 대화나 타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진단했다. ‘속전속결’ 처리가 임무인 여당 의원이나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 간에는 조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국회의원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 진단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그동안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국회의 현상과 국회의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