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MB, 황석영보다 이문열 먼저 만났어야”

  • 입력 2009년 5월 15일 12시 34분


대표적인 우파 논객인 소설가 복거일 씨가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당시 진보 성향의 소설가 황석영 씨를 동행시킨 것에 대해 15일 '배은망덕'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복 씨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황 씨는 좌파 정권에서 대우받던 사람"이라며 "이 대통령은 책 장례식까지 당하는 등 핍박받던 우익 문인 이문열 씨 등을 황 씨보다 먼저 만났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황석영 씨를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데리고 가면 우파에 속한 시민은 '우리가 고생해서 당신을 대통령 만들었는데 이게 배은망덕 아니냐'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지금 그(배은망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먼저 그런 분(우익문인)들을 만나고 초청을 한 뒤 황석영 씨를 만나는 게 인간적인 도리를 고려해서도 자연스럽다"면서 "(이 대통령의) 의도가 어쨌든 순서가 뒤바뀐 것은 인간적 도리나 정치적으로나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와 황 씨를 같이 데리고 갔으면 보기도 좋고 균형도 잡혀 좋았을 것"이라며 "좌파문인으로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북한이 살만하다'고 말해 감옥까지 간 사람만 데리고 가 보기가 좀 그렇다"고 재차 강조했다.

복 씨는 '이 대통령이 중도 쪽으로 선회하려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발설하기가 조심스러우나 실제 우파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분이 있다. 자기(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 회의적인 분위기로 돌아서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 씨가 일부 진보진영으로부터 변절자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원래 좌파가 좀 억압적이긴 하지만 (좌파 쪽은) 가혹한 비판은 삼가야 한다"며 "그것을 가지고 배신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너무 억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복 씨는 "나라는 일단 대통령 중심으로 운영이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겠다면 좋은 일이고, 좌파 쪽에서 동참하겠다면 저로서는 반가운 현상"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이 그런 데에 너무 관심을 두면 일종의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앞서 소설가 황석영 씨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맞는 중도 실용주의자라며, 진보에 욕먹을 각오가 돼 있으며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 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변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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