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민주당도 '합의 파기'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수용을 압박하다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면 '우린 할 만큼 했다'며 물러서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한가한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선 대변인 브리핑 말고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민주당의 합의 파기 공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대변인 브리핑도 야당의 여론조사 주장에 대한 단순 비판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의원들의 외유로 원내대책 회의나 최고위원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서 현안을 논의할 기구조차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다.
당내에선 "야당의 생떼쓰기에 일일이 대응하면 이슈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대응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당 쇄신책과 관련해 국정기조의 전환, 폭 넓은 정책 스펙트럼 확보 등의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부 초선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처리하면서 한나라당이 잃은 게 많았는데 미디어법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6월 국회를 이끌게 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 후보 중에는 안상수 정의화 의원이 미디어법 처리를 공언한 상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