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의 대남사업을 사실상 총괄했던 최승철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사진)이 ‘대남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와 MBC가 18일 오후 9시 동시에 보도했다.
연합뉴스 등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오판과 남측의 햇볕정책이 북한 사회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 부부장이 지난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대북 소식통들은 최 부부장의 처형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개인 비리’이지만 실제로는 대남 정책에 대한 판단 착오와 이를 통해 북한 사회 전반에 대남 의존도를 키우고 대남 환상을 심어준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최 부부장은 내부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한과의 관계 진전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10·4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일선에서 지휘했으나 남한의 정권교체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정책판단 실책 등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자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이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참고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최 부부장의 처형설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먼저 최 부부장이 실제로 처형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난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최고지도부의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해 1997년 서관히 당시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처형했다. 이번에도 대남정책 실패의 책임을 최 부부장에게 전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 부부장의 처형설과 관련해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대북 기관들이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어 북한의 ‘의도된 역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역정보를 흘려 대남 압박을 강화하려는 대남 전략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단순히 와전됐을 가능성이 있다. 2007년 12월 남한의 대통령선거 직후 모습을 감춘 이래 퍼진 숙청설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처형설로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어떤 경우건 북한 내부에서 대남 정책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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