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는 홍준표 원내대표(사진)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각종 과제에 대한 입법적인 기틀을 마련하고 명예롭게 떠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업적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들은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외하고 모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미디어법은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사회개혁법안도 모두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그 정도면 (부여받은 법안처리 임무의) 98%는 처리한 것으로 본다.”
―주류 측에서 “야당에 너무 밀리는 것 아니냐”는 공격도 받았는데….
“강경파가 대야 투쟁을 주문할 때는 솔직히 힘들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독주한다면 국민에게서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임 중 폭력사태도 있었지만 여야 의원 간 멱살잡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견딘 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
―야당에 하고 싶은 말은….
“민주당이 지난해 말 해머를 동원해 폭력사태를 빚는 바람에 민주당은 2,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저지할 명분을 잃었다. 민주당이 ‘MB악법’이라고 한 법안이 결과적으로 모두 통과됐다. 극한투쟁보다는 야당의 생각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이 서로 유리하다.”
―후임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잠시 속은 시원하겠지만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또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해 줘야 한다.”
―민주당 원혜영 전 원내대표를 평가해 달라.
“합리적 토론을 중시하는 신사다. 협상 과정에서 강경파에 휘둘려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이다. 고생 많으셨다.”
―입각에 대한 생각은….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다. 법무부 장관을 맡는다면 대한민국을 ‘세탁’하는 일을, 노동부 장관을 맡는다면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 보고 싶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원혜영 의원“MB 속도전 맞서 투쟁 정치도 국회도 변해야”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정권이 여에서 야로, 다시 야에서 여로 두 번 교체돼 사실상 민주화를 이뤘다는 시기에 원내대표가 된 것은 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야당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비타협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 여당의 절반도 안 되는 의석으로 정부 여당의 ‘85개 악법’ 처리 시도에 맞서 타협도 하고 양보도 했지만 크게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성과도 있었다.”
―임기 중 국회 폭력사태가 있었다.
“야당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대해 물리적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당내에선 ‘여당에 너무 끌려간다’며 퇴진 요구도 있었다.
“부분적인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했다. 완벽한 저지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더욱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독려 이상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은….
“여당으로서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못해 국회 파행을 가져왔다. 물론 야당의 책임도 있지만 주도 역할은 여당의 몫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평가한다면….
“야당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여야 관계를 끌어가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의 행동대장 역할에 머물렀다.”
―후임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바는….
“당내 최고 전략가인 이 원내대표도 야당이 열세이기 때문에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실질적으로 수렴하고 존중해야 한다.”
―경기지사 출마설이 있다.
“부천시장으로서 열심히 일했다. 사실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