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美국무 ‘北무시전략’?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키스탄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이날 정오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열린 외국 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 설명했지만 북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키스탄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이날 정오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열린 외국 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 설명했지만 북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취임후 첫 외신 기자회견
北관련 언급 한마디도 안해

19일 정오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 4층.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 기자만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날 회견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각국 언론에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무부 당국자들은 “아마 북한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 같다”고 사전에 귀띔했다. 지난달 초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한 뒤 ‘6자회담은 죽었다’며 2차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책을 설명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없었다. 클린턴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특별한 문제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문제와 중동평화 및 이라크 문제를 거론했다.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 강화는 물론 러시아 중국과의 솔직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스마트 외교’의 구현도 주요 이슈로 거론했다. 북한과 함께 핵 확산의 2대 축으로 불리는 이란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유독 북한만큼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앞서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22일 하원외교위원회의 청문회에서도 단 한 차례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1월 인준청문회 당시만 해도 “북한과 이란의 핵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시급성을 갖고 행동할 것이며 시리아 등에 대한 북한의 핵기술 이전 의혹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적극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것. 2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4개국 순방 때 북한의 후계구도를 직접 언급하며 북한을 어떻게든 6자회담으로 끌어내 보려던 태도와도 큰 차이가 있다.

워싱턴에서는 클린턴 장관의 달라진 태도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수차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오바마 행정부를 시험하려는 북한에 “우리는 전임 정부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방북을 고려했던 때의 민주당 정권을 떠올리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클린턴 장관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의도적인 무시’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전투병 2만여 명을 이 지역에 추가 파병하는 등 모든 관심을 아프간 문제에 쏟고 있는 탓에 북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