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진 황장엽-김덕홍 ‘사상 논쟁’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탈북해 귀순했던 김덕홍 씨가 “황 전 비서가 아직도 주체사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했다. 이에 대해 황 전 비서 측은 “사감(私感)에서 나온 음해이며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20일 오전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원장 김석우)이 주최한 조찬강연회에 나와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 등에 대해 발표한 뒤 ‘황 씨의 근황을 전해 달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2002년 이후 황 씨를 만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주체사상 등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본보 20일자 A4면 참조

김 씨는 “황 씨가 말하는 북한의 중국식 개혁 개방은 현재의 노동당을 유지하면서 (개혁 개방을)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가 한국에 와서 하는 말은 형식만 다를 뿐 북한에서 하던 말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씨의 한 측근은 “황 전 비서가 한국에 와서 완성한 ‘인간중심 철학’은 북한의 김일성 부자가 1인 독재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 주체사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중국식 개혁개방이 되더라도 현재의 수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황 전 비서의 일관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씨가 2002년 함께 망명할 것을 황 씨에게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이번 발언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7년 4월 귀순한 뒤 절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나 김 씨가 2002년 황 씨와 미국에 가서 북한의 상황을 증언할 것을 희망했으나 황 씨가 반대하면서 관계가 멀어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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