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기 양평군 육군 비승사격장 250m 상공. UH-60 헬기에 탑승한 기자의 헤드셋으로 코브라(AH-1S) 공격헬기 조종사인 정선용 준위(50·항공준사관 23기)의 목소리가 무선으로 들려왔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 1항공여단 103항공대대 소속 정 준위는 17년간 코브라헬기를 4500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실사격 훈련 땐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00여 m 떨어진 지점에서 코브라헬기 2대가 제자리에서 기수를 숙인 채 공격태세를 갖췄다. 마치 땅 위의 먹잇감을 노려보는 독수리 같았다. 목표는 1.4㎞ 앞 가상의 적 진지. 잠시 후 지상통제소의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헬기에서 2.75인치 로켓탄이 폭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 궤적을 그리며 목표물로 날아갔다. 1, 2초 뒤 로켓들이 표적에 명중하자 '쿵'하는 굉음이 사격장을 뒤흔들었다. 표적 주위엔 폭발 충격으로 거대한 흙먼지 폭풍이 휘몰아쳤다.
최대 9㎝ 두께의 장갑(裝甲)을 뚫을 수 있는 로켓은 적 장갑차나 무장차량을 공격하는 무기로 코브라헬기에 최대 38발을 탑재할 수 있다. 코브라헬기는 이를 2초 안에 모두 발사할 수 있다. 로켓 사격 직후 코브라 편대는 다른 지상 표적을 겨냥해 20㎜ 기관포를 발사했다. 환한 대낮이었지만 기관포탄의 불꽃이 표적을 관통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코브라는 적 전차나 진지를 향해 분당 최대 750발의 기관포탄을 쏟아 부을 수 있다.
3개월마다 실시되는 공중 실사격 훈련은 육군 공격헬기의 대비태세와 조종사들의 기량을 총점검하는 기회라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이날 훈련에는 코브라헬기 4대와 500MD 6대, BO-105 1대 등 육군이 운용 중인 모든 종류의 공격 및 정찰헬기가 참가했다. 특히 유사시 대규모 북한군 기갑부대를 최전선에서 제거해야 하는 코브라헬기는 실전 같은 고강도 사격훈련을 통한 기량 연마가 필요하다고 부대 측은 전했다.
육군 코브라헬기 조종사들의 기량은 어느 수준일까. 103항공대대장 이종수 중령(육사 48기)은 "지난해 최신예 타이거 공격헬기를 도입한 호주 육군 관계자들이 공격헬기 전술을 익히러 우리 부대를 방문했다"며 "외국의 최신예 헬기 조종사들도 한국군 조종사들로부터 기량을 배울 정도로 우리 조종사들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육군이 보유한 코브라헬기 60여 대는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해 기령(機齡)이 20여 년이 넘었다. 군 당국은 2013년경 차기 공격헬기를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도입해 배치할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