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일정 취소… 유가족에 애도 뜻 전해

  • 입력 2009년 5월 24일 02시 54분


침통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체코의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왼쪽),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2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찬 장소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침통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체코의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왼쪽),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2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찬 장소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 긴박한 움직임

수석비서관회의 비상소집
정정길-맹형규 빈소 조문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3차례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외교 일정을 제외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 20분경 한-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이 대통령은 김인종 경호처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뒷산인 봉화산 바위에서 추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긴급 의료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수석비서관회의를 비상소집했다. 오전 8시 40분경 첫 회의가 열렸다. 한-체코 정상회담과 한-EU 정상회의가 잇따라 예정된 상황이라 이 대통령은 “애석하고 비통하다”는 유감의 뜻을 밝힌 뒤 2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떴다.

이 대통령은 오전 9시 35분경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메모지를 통해 병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이 공식 발표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할 것과 정중하게 장례 절차를 준비할 것을 지시한 뒤 한-EU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침통한 표정이었다. 한-EU 정상 오찬에선 관례적인 건배사도 하지 않았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EU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은 상대국을 고려해서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KBS 특집 프로그램 출연 계획을 취소했다. 24일로 예정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도 26일로 연기했다. 그 대신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회의를 다시 열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조문하도록 했다. 정 실장 등은 이에 따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아 노 전 대통령 측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조문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조문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영결식에 참석할 수도 있고 빈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은 낮 12시경 청와대의 공식 입장 표명 직전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정무, 민정 라인을 중심으로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한 수석실별 회의도 열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에 ‘근조(謹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게시문을 올렸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