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640만 달러를 건넸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은 서울구치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23일 오전 구치소로 면회를 온 가족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죽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가족과의 접견 이후 독방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으며, 최근에는 건강이 나빠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의 한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이 22일 가족과 면회할 때 고혈압과 디스크 등 고통을 호소했는데 이번 일로 건강상태가 더 악화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박 전 회장의 상태와 행동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강 회장 측은 “강 회장이 ‘평생 동지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변호인과 마주한 20분 동안 계속 서럽게 울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또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겠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는 것.
한편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게 인사청탁을 한 것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에게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도 충격에 빠졌다. 남 전 사장 유족의 변호인은 “유족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할말을 잃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