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또 한번 가슴 아픈 기록을 더하게 됐다. 재임 때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지만 결말은 순탄치 못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노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은 모두 9명이다. 이 전 대통령이 하야한 뒤 망명길에 오르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그는 초대 대통령으로서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장기 집권을 향한 권력욕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큰 저항을 받았다. 1960년 3·15부정선거는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 직을 사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와이로 떠나 이국땅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쳤다.
내각책임제 체제에서 대통령 직에 오른 윤보선 전 대통령은 5·16군사정변으로 중도 하차했다. 그는 반(反)유신 운동 등을 이유로 퇴임 후 3차례나 법정에 서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군사정변으로 권좌에 올라 1972년 ‘10월유신’으로 종신 집권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심복이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쓰러져 18년의 장기집권을 마감했다.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과도기를 이끌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최단 기간 대통령 직을 수행했다. 1980년 신군부 집권으로 8개월 만에 하야한 뒤 자택에서 외로이 지내야 했다.
민주화 시대를 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두 대통령의 아들은 각각 한보비리 사건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본인과 가족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선배’들이 겪은 수난과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