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봉하마을, 운구차 들어오자 눈물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4일 02시 54분



노 前대통령 시신 마을회관에 안치 23일 오후 6시 30분경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안치하기 위해 운구하고 있다. 뒤따르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딸 노정연 씨가 오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노건호 씨, 노정연 씨, 한 사람 건너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이용섭 민주당 국회의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김해=전영한 기자
노 前대통령 시신 마을회관에 안치 23일 오후 6시 30분경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안치하기 위해 운구하고 있다. 뒤따르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딸 노정연 씨가 오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노건호 씨, 노정연 씨, 한 사람 건너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이용섭 민주당 국회의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김해=전영한 기자
빈소 차려지자 건호씨와 정연씨 부부 먼저 분향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형 건평씨도 도착해 오열
노사모 회원-주민-관광객 등 수천명 찾아와 조문

李대통령이 보낸 조화 짓밟혀
이회창총재 계란세례 받고
韓총리-정동영 조문 거부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하루 종일 탄식과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밤 12시까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마을회관 앞에는 8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아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 통곡의 운구 행렬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오후 6시 반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운구차량인 검은색 리무진이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1차로 도로 양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과 지지자, 주민, 관광객 2000여 명은 “대통령님! 대통령님!”이라고 통곡했다. 운구차에서 노 전 대통령의 관을 꺼내자 통곡 소리는 더욱 크게 퍼져갔다.
시신 운구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용섭 백원우 민주당 국회의원, 김세옥 전 대통령경호실장,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 8명이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딸 노정연 씨가 오열하며 임시 빈소인 마을회관까지 뒤따랐다. 5분간 진행된 운구 내내 마을 주변은 온통 눈물 바다였다. 한 주민은 “정부와 검찰은 노 대통령을 살려내라”며 바닥을 치며 쓰러지기도 했다.
○ 끝없는 추모 물결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빈소로 옮겨지자 먼저 노건호, 노정연 씨와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분향했다. 이어 운구에 참여한 8명이 분향했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근태 상임고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정치권 인사와 참여정부 각료들이 뒤따랐다. 정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조문했고 김 고문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과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시정배로 만들어버렸다”며 흥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오후 8시 반부터 염습과 입관예절 등 고유 장례의식 절차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일반인 조문은 이 절차가 끝난 오후 9시 10분부터 시작됐다. 빈소에는 권양숙 여사는 보이지 않았다. 권 여사는 오후 5시 봉하마을 사저로 돌아온 뒤 계속 안정을 취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부인 민미영 씨가 권 여사 곁을 지키며 위로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노건평 씨는 29일 오후 5시까지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이날 밤 늦게 봉하마을에 도착해 눈물을 쏟았다.
오후 7시 반경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가 마을을 찾아왔지만 주민과 노사모 회원 등이 “여기가 어딘데 함부러 오냐. 당장 돌아가라”며 욕설과 계란 세례를 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10시 반경 조문을 왔으나 노사모 회원들의 저항 때문에 돌아갔다. 한때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였던 정동영 국회의원 당선자(전주 덕진)도 이날 밤 노사모 회원들이 “배신자”라며 조문을 막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냈지만 흥분한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몰고 왔다”며 조화를 발로 밟고 태우기도 했다.
○ 촛불 밝힌 봉하마을
마을회관 빈소 주변에는 수천 명의 조문객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2004년 탄핵 사태 때 켰던 촛불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밝혀드릴 것”이라며 애도했다. 한 조문객은 “대통령님, 대통령님”을 외치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주말이어서 봉하마을에는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이 몰렸고 밤 12시까지 8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추모객의 행렬은 밤 12시 이후에도 계속됐다. 마을주민들은 하루 종일 충격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의 중학교 후배인 박영재 진영읍 번영회장은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도 “내 친구가 그렇게 떠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창초등학교 후배인 안상철 씨는 “검찰수사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며 “죽음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시신 도착에 앞서 오후 4시 친노 인사인 배우 문성근 씨가 마을 방송을 통해 유서 내용을 발표하자 봉하마을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하는 조문객도 많았다. 오전 10시부터 마을방송을 통해 진혼곡과 추모곡이 흘러나와 마을 분위기는 하루 종일 숙연했다. 일부 주민은 사저가 보이는 곳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 봉하마을 현장검증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한 봉화산 부엉이바위 일대에 경찰관 30여 명을 투입해 등산로를 통제하고 봉화산 일대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봉하마을 일대에는 현재 수사 관계자와 경찰력 300여 명이 사망 경위와 장소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추락지점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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