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형 노건평 씨가 구속된 다음 날 봉하마을 방문객과의 대화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도 있지만, 형님동생으로서의 도리도 있어 당장은 사과하기 어렵다. 따뜻해지면 다시 나오겠다”고 인사한 이후 사실상 외부 출입을 중단했다. 그는 여론과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공식행사는커녕 외출마저 거의 하지 않았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형 노건평 씨(구속 기소)와 부인, 아들, 딸 등 가족에 대한 검찰의 장기 수사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비롯해 정상문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지인과 측근의 잇따른 구속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의 한 비서관은 “감옥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였다. 투신 사흘 전부터는 거의 식사도 거르고 사저 안에서도 집무실에서만 칩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의 위로방문과 전화도 받지 않았다. 흡연량도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인 권양숙 여사의 검찰 재소환설이 나오면서 정신적 압박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1주일 전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비서관들이 양산부산대병원 병실을 예약했다가 나중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23일 “노 전 대통령 측이 지난주 금요일께 주치의를 통해 전화로 병실을 예약했다가 무슨 일인지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매우 힘들어하신다. VIP 병실을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 의대의 한 교수는 “비서관들이 입원을 권했으나 노 전 대통령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한 것도 검찰의 장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 자신을 도와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상징인 도덕성에 상처를 받은 사실이 참기 어려웠던 듯 지난달 22일 자신의 홈페이지 폐쇄를 공지하며 올린 글에서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아니다.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낙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대검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마주쳤을 때도 “나도 그리로 곧 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에는 사저 움직임도 예전과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1, 2명씩 퇴근하던 비서관과 사저 근무자들을 30분 이상 빨리 모두 퇴근시켜 주변정리를 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한 고향 친구는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통닭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쁜 마음 먹지 마라’라고 당부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눈빛은 절망이 가득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