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사 출신인 이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비옵니다'는 제목의 추모 시(詩)를 올리고 "투신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이제 불과 예순 넷인데, 직전 대통령님이셨는데…"라며 서거 소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이 전 의원은 "그 분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한 많은 이 세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라면서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저기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야시절 세 번인가 함께 토론을 했었고 (지난 2006년) 원내대표 당시 사학법 파동으로 정국이 꼬였을 때 청와대에서 아침식사를 했는데 식사 후 노 전대통령이 청와대 뒷산과 관저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줬었다. 이제 그 분은 역사 속으로 가셨다"고 생전 추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한 생명의 죽음 앞에 무슨 말이 있겠는가. 삶과 업적, 잘잘못은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면서 "죽음 앞에 그저 허망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나라의 민주주의 현주소, 정치개혁의 현주소를 죽음으로 쓰고 가셨다. 이승의 한은 허공에 뿌리고 승천하소서. 삼가 명복을 빈다"고 글을 마쳤다.
다음은 이재오 전 의원의 글 '故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비옵니다' 전문.
아침 비가 조금 내렸다.
뒷산에나 갈까 하다가, 동네 헬스클럽에 갔다.
아침 6시30분쯤이었다.
운동을 끝내고 자전거에 오르니 아침 9시가 되었다.
그때까지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받지 않을까 하다가, 전화 잘 안 받는다는 말들이 있다고 해서 받았다.
믿기지 않았다.
투신이라니,
이제 불과 예순 넷인데,
직전 대통령님이셨는데,
그러나,
그분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한 많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저기 사람이......"
사람과 영혼을 갈라놓은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풍경이었다.
내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시절에 노무현 대통령과 두 번 만났다.
두 번째는 사학법 파동으로 정국이 꼬였을 때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함께 관저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 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끝나고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뒷산 산책길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따라 나섰다.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서울을 내려다 봤다.
자상한 설명을 하셨다. 산을 돌고 내려와서 청와대 관저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다.
재야에서 세 번인가 함께 토론도 했고 세미나에 같이 참석도 했다. 그때는 칠흑같이 어두웠던 시절이었다.
이제 그분은 역사 속으로 가셨다.
삶과 업적은 역사가 기록 하리라.
잘잘못도 역사가 기록 하리라.
한 생명이 죽음 앞에 무슨 말이 있겠는가.
그저 허망하다.
잘한 것은 땅에 두고, 잘못한 것은 하늘로 갖고 가시라.
죽음 앞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나라의 민주주의 현주소, 나라의 정치 개혁의 현주소를 죽음으로 쓰고 가셨다.
애달다.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살아 계셔야 했다.
부디 승천하소서.
이승의 한은 허공에 뿌리시고, 승천하소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9. 5. 24 이재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