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 “영결식 경복궁서 거행” 장소 변경한 이유는…

  • 입력 2009년 5월 25일 17시 56분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측이 25일 정부에 영결식장을 경남 김해시 진영공설운동장에서 서울 경복궁 흥례문 뜰로 변경하자고 요청한 것은 장례식 성격이 국민장(國民葬)인 데다 전국의 추모 열기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 무대였던 서울에서 노제를 지내고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 의견이 많았다. 영결식에 참여하는 내·외빈에 대한 보안 문제 역시 고려됐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애도를 표하려는 거리 인파들도 반영했다.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 씨 등 유족들은 당초 가족장을 염두에 뒀으나 참여정부 각료 및 측근들과 24일부터 이틀간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영결식장을 옮기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영결식장 변경 배경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장 준비 과정을 집행하는 정부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현재 광화문 복원 공사로 경복궁 내 공간 확보가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최대한 유족 측의 의견을 수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공동장의위원회 구성을 마치는 대로 영결식 장소를 경복궁으로 확정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흥례문 앞뜰은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식과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있었던 곳"이라며 "현재 광화문 복원 공사 때문에 친 울타리를 30~40m 광화문 공사 현장 쪽으로 들여 영결식 공간의 길이를 100여 m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장의위원회는 29일 오전 6시 봉하마을에서 발인제를 갖고 서울로 출발해 오전 11시 경복궁 내 뜰에서 영결식을 거행하게 된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여야 정치인, 지지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2006년 10월 26일 거행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군악대의 조악연주,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묵념, 고인 약력 발표, 조사 낭독, 종교 의식, 유족과 귀빈 헌화, 조가 등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결식이 끝나면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는 경복궁 동문-동십자각-광화문-세종로터리-남대문 등에서 노제를 지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영구차는 청와대 입구에도 잠시 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유언에 따라 서울 인근 화장장에서 화장을 한 다음 산골과정을 거쳐 유골함은 다시 봉하마을로 옮겨진다. 장지가 확정될 때까지는 봉화산의 사찰인 정토원에 임시 안장할 예정이다. 장지는 봉화산, 사저 뒤편 공간, 노 전 대통령 의 선영 근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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