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파악한 것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통해 북한 풍계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파를 독자적으로 감지한 직후였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사전에 북한으로부터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우리 정부에 알려준 것은 핵실험이 실시된 다음이었다. 미국이 핵실험에 임박한 시간에 통보받는 바람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지만 한미 대북 정보 공유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통보했고 핵실험 경고를 전달할 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군 관계자는 “핵실험 이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가 오히려 미국에 지진파 포착 사실을 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2차 핵실험 이전에 중국에 핵실험 실시와 관련된 내용을 미리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통보 시점에 대해서는 파악된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할 당시에는 중국에 약 20분 전에 통보했다. 중국은 자국 내 한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 일본대사관에 이 정보를 전달해 우리 정부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달리 이번엔 관련 정보를 한국 등과 공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대북 공조가 의문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의 사전 징후 감지 능력도 짚어 볼 대목이다. 정부는 풍계리 지역을 감시했지만 25일 핵실험 실시에 관한 구체적인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3월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확장공사를 하는 것이 포착됐고 4월 29일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혀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매우 돌발적인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풍계리의 북한 차량 움직임 등 특이 동향을 핵실험과 관련해 판단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정보원도 사전에 별다른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할 때는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에 관측시설을 설치한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관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포착되지 않아 북한의 핵실험 임박 사실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는 주변국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이날 오전 9시 55분경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파를 탐지하면서 핵실험 사실을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