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 세계의 이목은 북한의 가장 동북쪽인 함경북도 오지에 모아졌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54분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동남쪽으로 30km 떨어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낮 12시 8분경에 단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기 때문이다. 풍계리는 2006년 10월에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던 곳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 2006년 대포동2호,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을 모두 무수단리에서 발사했다. 핵을 개발해 실험하고 이를 탑재해 발사하는 시설이 가까이에 모여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은 북한에서도 외지고 낙후된 곳으로 꼽히지만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의 눈길을 끄는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테스트벨트(test belt)가 됐다. 평소 한국군 당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변국도 첩보위성과 감청을 통해 이곳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풍계리와 무수단리는 주변에 인구가 적고 높은 산지(풍계리)와 해안 절벽이 있는 바닷가(무수단리)에 위치해 지형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무수단리는 철도도 연결돼 있지 않다. 두 곳 모두 WMD 개발 및 실험시설을 눈에 띄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고 실험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또 한국군의 미사일 공격권(300km)에서도 벗어나 있다.
풍계리는 근처에 폐광이 있어 핵실험을 위한 지하 갱도를 파기가 쉽고 또 정치범수용소도 인근에 있어 갱도 공사를 할 노동력을 확보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풍계리의 인근 산악 지역에는 1차 핵실험에 사용한 각종 장비들이 남아 있고 몇 개의 지하 갱도가 더 있어 앞으로 추가 핵실험이 있다면 이곳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