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 정부는 차분하지만 강한 대응을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상하원 의장, 합참의장까지 잇달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북한 2차 핵실험을 보고받고 25일 오전 2시에 발표한 성명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국제사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북한의 ‘무모한 도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6자회담 참가국 및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대북제재 결의에 신속히 나서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을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이날 “북한의 핵실험은 추가적인 핵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NBC방송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달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와는 별도 제재 방안을 강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도발 수위에 상응하는 다단계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2차 핵실험 강행 대응책도 이미 준비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옥죄면서 북한을 아프게 만들었던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 동결과 유사한 금융제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겸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가 독일 베를린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밀회동을 하면서 6자회담 재개의 길을 열었던 것과도 분위기는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도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와 그 운송수단의 개발을 포기할 때에만 국제사회에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시점은 가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 보유량 중 이번 핵실험으로 6∼7kg을 추가로 소진했고 현재 재가동된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플루토늄이 추출되는 시기는 일러야 10월 정도인 만큼 미국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