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핵 억지력 확보를” 전작권 전환 연기론 힘얻어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현재론 독자전쟁능력 의문, 환수땐 안보 빗장 푸는 꼴”

북한이 25일 전격적으로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군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지속적인 성능 개량과 추가 핵실험으로 ‘핵 무장력’을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지 않은 채 한국군이 2012년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경우 스스로 안보의 빗장을 푸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북한이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을 목표로 제3, 제4의 핵실험을 통해 소형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한반도 안보정세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군 고위소식통은 “이 경우 미국의 핵우산 외에 뚜렷한 핵 억지력이 없는 한국군이 북한을 상대로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6∼2007년 당시 “북핵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여하에 따라 차기 정부는 필요시 이 문제를 미국과 재협상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 재협상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취임 이후엔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 현 정부가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그대로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군 당국도 ‘한미 정상이 공식 합의한 전작권 전환 일정을 번복할 수 없고 국방개혁 수정안도 거의 완성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최근 방미한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이성출 부사령관에게 전작권은 예정대로 2012년 한국군에 전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예비역 단체, 전문가들은 “북핵 위협은 물론 국방개혁의 차질, 미군기지 이전 연기 등으로 ‘안보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2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고고도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호크와 요격미사일 등 대북 감시전력의 도입이 전작권 전환 이후로 연기됐다. 2012년으로 계획했던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군단 통폐합 등 군 구조개편도 북핵 위협 등을 감안해 2015년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여기에 미군기지 이전 계획도 2012년에서 2015년 이후로 늦춰져 전작권 전환에 따른 지휘통제장비 등 관련 시설 배치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07년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한반도의 대내외적 안보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만큼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전작권 전환의 적정성을 평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며 “북핵 위협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3년 앞으로 다가온 전작권 전환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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