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차때와 달리 강경…北빼고 5자회담 강행할수도”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 서재진 통일연구원장-김성한 고려대 교수 긴급 대담

《북한이 25일 국제사회의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이처럼 도발적인 행위로 대외적 위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번 북한의 핵실험 도박을 어떻게 보고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까. 동아일보는 서재진 통일연구원장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긴급 대담을 통해 북한의 2차 핵실험 의도와 국제사회 및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 협상 의도

▽서재진 원장=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대외적 협상 카드용이냐, 아니면 핵 보유용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차 핵실험으로 협상 카드용이라는 주장은 이젠 옛날 얘기가 됐을 뿐 아니라 사치스러운 논의가 돼버린 것 같다. 북한은 핵 보유 의지를 굳혀가고 있고 만일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핵 보유 상태에서 협상하려 할 것이다.

▽김성한 교수=북한은 자신들이 도달해야 할 기술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 핵실험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외교안보 현안이나 경제문제에 매몰된 상황을 틈타 북한이 기술적인 진보를 이뤄내고, 오바마 정부가 협상에 나설 경우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서=흔히 북한의 행보를 상당히 전략적이라고 평가하는 데 그런 시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의 지난 반세기는 정책 실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협상도 절묘한 협상이 아니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잘 관리하면서 얻을 것을 다 얻었다고 (일각에선) 평가하지만 북한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이고 북한 당국의 목을 조이는 상황이다. 후계구도를 위해서는 전임자가 위대한 업적을 남긴 뒤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북한은 ‘강성대국’을 선택했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3대 세습의 명분이 된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내부 정치용이다.

▽김=이번 핵실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부터 북한의 내부 스케줄상 25일로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굳이 남한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상중(喪中)이어서 나중에 한다는 식의 대남 변수는 고려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6월 4일 억류된 미국 여기자의 재판을 앞두고 핵실험을 한 것에는 주목하고 싶다. 추론컨대 1994년 북한에 불시착한 헬기 조종사를 구할 때도 빌 리처드슨 멕시코 주지사(당시 하원의원)가 간 적이 있다.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 같은 사람의 방문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하자. 그건 여기자 석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핵실험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여기자를 못 이기는 척 석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양동작전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여기자는 석방됐는데도 개성공단에 억류된 한국인은 석방이 안 되는 상황이 빚어져 한미관계가 어색한 국면이 될 수 있다.

○ 국제사회, 유엔 안보리로 압박할 듯

▽김=어찌 보면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공을 국제사회로 돌린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북한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다. 1차 핵실험 때는 중국이 지나칠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미국과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강력히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을 찬성하든지, 6자회담을 소집해 북한이 안 나오면 북한을 배제하고 5자회담을 하든지 최소한 이 두 가지 중 하나는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5자회담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더 아파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상당 부분 중국의 대응수준에 달려 있다. 아마도 미국과 중국 간에 대단히 심각한 대화가 오고갈 것이다.

▽서=우리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나 의지를 잘못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서양과 달리 말과 행동이 상당히 다르다. 북한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중국이 보는 북한 핵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중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이 핵을 용인한 상태에서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을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고 본다. 이번 2차 핵실험 후 중국의 행보는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북한이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진 경제제재 수단은 상당히 많다. 중국은 이를 결정적 순간에 사용한다.

▽김=2006년 1차 핵실험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괜찮았고, 대남 관계도 좋았다. 지금은 복합적으로 상황이 그때와는 상당히 다르다. 김 위원장은 건재함을 과시하는지 몰라도 일단 한 번 쓰러졌고, 김정일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서=아마도 미국 등은 대화를 시도해 북한과 협상하기보다는 제재의 국면을 상당히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의 정책 당국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은 북한 지도부가 강력하고 안정된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다급해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조급하게 대화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북한을 다루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것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 강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갓 출범한 만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북한과의 협상을 서둘렀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 북한 퇴로없는 정책… 미래 불투명

▽김=지난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문제로 갈팡질팡했는데 이 문제는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 아울러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경각심은 환기시키면서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금강산과 개성공단, 순수한 남북 차원의 문제를 다룰 대화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서=유엔 안보리가 소집되면 공조해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대북 제재 국면인데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과 협상하기는 어렵다.

▽김=북한은 여러 측면에서 21세기 국제환경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란도, 쿠바도 오바마 독트린에 비교적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마당에 북한만 유독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나가고 있다. 북한이 명심해야 할 것은 옛 소련이 미국이나 서방의 군사침략으로 붕괴한 게 아니라 내부 체제 모순 때문에 붕괴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우리가 우려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이 잘못될 가능성에 대비한 소위 ‘플랜 B’ 대책을 마련하는 문제도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서=북한의 생존전략은 국제사회에 편입해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강조하는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고착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을 거부한 상황에서 얼마나 지탱할 수 있겠나. 북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 박사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 정책자문위원

정리=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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