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참으로 실망”…정부, 개성공단外방북 당분간 불허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지진 감지 25분만에 靑보고
NSC 긴급소집… 국제공조 주력
軍, 추가도발 징후 정밀추적

25일 오전 10시 반경.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국정 현안을 챙기던 이명박 대통령을 찾았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긴급 보고였다. 이에 앞서 기상청은 오전 9시 54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파를 감지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분석 결과 인공 지진이며 핵실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오전 10시 20분경 외교안보수석실에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했다. 김 수석의 보고 직후엔 외교통상부가 미국 측의 북한 핵실험 관련 정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핵실험 직전 북한의 통보를 받았고 우리 정부에도 알렸으나 그 전에 우리 정부는 자체적으로 핵실험 가능성을 파악한 상태였다.

이 대통령은 타밈 카타르 왕세자와의 접견 및 오찬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한 뒤 오후 1시 반 NSC 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고 확고한 안보태세를 당부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3시 40분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 회의 직후인 오후 4시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일 공조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 태세를 확인했다.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어수선한 가운데 북한이 이렇게 빨리 핵실험을 강행하리라고는 정확히 예상치 못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 가능성을 공언해 왔고 실제 핵 실험이 실시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온 만큼 차분하면서도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도 분주히 움직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9차 아시아유럽(ASEM·아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본 중국 외교장관과 연달아 회담을 열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번 핵실험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대응에 주력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북한 핵실험 상황실 가동에 들어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 개성공단 이외 북한 지역 방문을 당분간 유보토록 할 방침”이라며 “이에 따라 내일(26일)부터 평양지역과 금강산 인근지역 방문을 당분간 유보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대북정찰 및 감시 장비를 증강 운용하는 한편 정찰위성과 U-2 정찰기 등 한미연합감시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핵실험 상황 파악에 나섰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최전선 지역의 북한군 도발징후를 정밀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정부 성명 전문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는 또 비핵화 공동 선언과 6자회담의 합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추가 핵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다.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 참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유엔 안보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모든 관련 계획을 폐기하고 즉각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제규범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오바마 성명 전문

오늘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해 핵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단거리 미사일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동들은 그동안 북한의 언행들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모든 국가에 심각한 근심거리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노골적으로 반항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직접적이고 무모하게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정을 해치는 것이다.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다. 만약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운송수단의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길을 찾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 행위가 주는 위험은 국제사회의 행동을 정당화해 준다. 우리는 동맹국 및 6자회담 참가국, 유엔안보리 회원국들과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

北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체98(2009)년 5월 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였으며 시험결과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고 핵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게 되였다.

이번 핵시험의 성공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며 150일 전투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

핵시험은 선군의 위력으로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사회주의를 수호하며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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