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결별 수순 밟나?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좌장인 4선의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한 측근 인사에게 “(김 의원이) 친박을 하다 피해 봤다고 하면 이제 친박을 그만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박희태 대표가 당 화합책으로 추진했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를 자신이 반대해 무산된 것과 관련해 한 측근이 “김 의원이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친박을 하다 공천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지 않았느냐”고 하자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추대 무산 후 터키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 의원도 최근 통화에서 “내가 먼저 박 전 대표에게 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

박근혜 “친박을 하다 피해 봤다면 친박 그만하라고 하세요”

김무성 “내가 먼저 박 전 대표에게 전화하는 일은 없을 것”

결별 수순 밟나?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박희태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자신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미국에서 ‘반대’한 것에 대해 크게 서운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주변에서는 “우리도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상당수 친박 의원들도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에 대한 신뢰를 거둔 것 같다”거나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상태로 복원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돈다.

두 사람의 정치스타일이 맞지 않아 수시로 부딪친 게 불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공천 때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친박 공천 희망자 리스트를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건넨 것이 두 사람이 멀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김 의원이 중책을 맡으면 박 전 대표의 뜻에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미리 상의하지 않고 원내대표 제안을 수용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을 ‘2인자’로 대접해 주지 않는 박 전 대표의 품을 떠나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 진영과 대적할 ‘장수(將帥)’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서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김 의원만 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을 내칠 경우 차기 대선을 위해 껴안아야 할 중립지대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수도 있다. 김 의원의 마음을 잘 아는 한 의원은 “김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두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달라 충돌이 생겼지만 필요에 의해서라도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정보도문]김무성 의원, “총선에서 공천 리스트 제공한 사실 없어”

동아일보 지난 5월 26일자 A14면 「결별 수순 밟나?」 제하의 기사에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친박 공천 희망자 리스트를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에게 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 사무총장에게 공천 희망자 리스트를 제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이처럼 상호간에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공천 희망자 리스트’관련 내용이 다시 거론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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