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디서 ‘영면(永眠)’할까. 유족은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한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뒤쪽 터나 마을 서쪽 선영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이재우 김해 진영농협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아버지 유언에 따라 사저와 가까운 곳에 모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곧 지관(地官)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몇 곳을 돌아볼 것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는 “양친이 잠든 곳과 가까운 곳에 동생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입구 인근의 나지막한 야산에 위치한 선영은 양지 바르고 전망도 좋은 편. 약간 좁은 것이 흠이다. 사저 뒤쪽은 터가 충분하지만 집 바로 뒤여서 전망이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투신 장소인 부엉이바위로 향하기 전 경호관과 함께 봉화산 능선에 위치한 사찰인 정토원(원장 선진규)에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토원은 부엉이바위와 봉화산 정상 사자바위의 중간쯤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경호관에게 ‘내가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원장님이 계신지 한 번 가보라’고 해 확인하는 사이 먼저 하산을 시작했고, 경호관이 곧바로 뒤따라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부친 노판석 씨와 모친 이순례 씨의 위패가 모셔진 봉안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등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