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서거는 언론 때문”… 취재진 폭행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일째인 25일.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측근과 장례위원회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고민에 빠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일부 과격 지지자와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여권 인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민주당 출신 인사들까지 마을에서 쫓아내거나 조문을 막고, 취재진에게 욕설과 위해를 가하는 등 일탈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낮 12시 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정몽준 최고위원, 조윤선 대변인, 김태호 경남지사와 당직자 등 50여 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사모의 과격 회원과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대표 일행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졌고 박 대표 일행은 결국 조문을 포기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언론 때문”이라며 기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마을방송을 통해 장례위원회가 발급한 취재용 비표 중 보수 언론사의 비표번호를 알리며 “이 번호의 비표를 가진 기자를 발견하면 쫓아내는 데 협조해 달라”고 방송하기도 했다. 24일 조선일보 기자가 이 방송을 들은 한 무리의 지지자들에게 붙잡혀 마을 입구로 쫓겨났다.
또 23일 오후 KBS 중계차가 마을 밖으로 쫓겨났고 임시 천막 속에서 기사 작성을 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뭘 취재하러 왔느냐”며 천막을 철거하고 취재를 방해했다. 24일에는 본보 여기자를 10여 명이 둘러싸고 욕설을 하며 머리채와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측근들과 장례위원회는 해결책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장례위원회는 “조문객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자 온 것이니 조문을 막아선 안 된다. 마음을 열자”고 마을회관 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천호선 전 대통령홍보수석 등도 23, 24일 노사모 대표 등을 만나 조문 거부 자제를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도 “적대적인 입장에 섰던 분들이 진심으로 조문을 하면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며 “조문 거부는 노사모의 뜻도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의 행동은 25일에도 계속됐고 이해찬 전 총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문을 못하신 분들에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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